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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이 살린 직군, 사라진 직군…일자리 양극화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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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Date
2025-08-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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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이 국내 노동시장에 뚜렷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고학력·전문 자격이 필요한 직종에서는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반복적이고 육체노동 중심의 직종에서는 감소세가 가속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도입이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직업별 특성에 맞춘 차별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발표된 ‘인공지능 시대, 고용 정책의 방향성’ 보고서는 직업별 AI 노출 정도가 실제 고용 구조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를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한국고용직업분류(KSO) 체계에 따라 136개 직종을 분류하고, AI 응용기술과 업무 능력의 연관성을 기반으로 AIOE(AI Occupational Exposure) 지수를 산출했다. 여기에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고용 행정 데이터와 사업장별 피보험자 정보를 결합해 직업별 고용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AI와 보완 관계가 높은 직업군은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 반면, 대체 위험이 큰 직업군은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즉,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종은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AI가 인간 노동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고용이 줄어드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고용 증가 직종… 연구직·법률직·교육직에서 뚜렷한 성장세

AIOE 지수 상위권에는 인문·사회과학 연구원, 기업 임원과 고위 공무원, 법률·회계·세무 전문가, 대학교수 등 고학력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군이 다수 포진했다. 이들 직종은 AI가 보조 도구로 작용하면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크게 개선돼 고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직에서는 AI가 방대한 문헌을 신속히 분석하고 실험 시뮬레이션을 가속화해 연구 시간을 평균 40% 단축시키고, 결과물 품질을 약 18% 높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법률 분야 역시 판례 검색과 계약서 초안 작성, 법령 분석 등을 AI가 자동화하면서 정확도와 처리 속도가 동시에 개선됐다.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채점, 출결 확인, 반복 질문 응답 등 교사의 부담이 컸던 단순 업무는 AI가 대체하고, 교사는 학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교육 질 향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사무직에서는 인사 평가 자동화, 회계 처리, 회의록 정리,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가 활용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 역시 사례 관리와 상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위기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복지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곧 서비스 품질 향상과 인력 효율성 제고로 이어진다.

고용 감소 직종… 단순·반복 노동 직군은 대체 속도 빨라

반면 농림·어업, 건설·채굴, 섬유·의복 생산 등 저숙련·저학력 직종에서는 고용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들 직업군은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업무 비중이 높아 AI와 로봇 기술이 쉽게 대체할 수 있다. 특히 물리적 노동과 단순 절차 중심의 직무는 자동화 기계와 로봇의 도입으로 감소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AI 기술이 업무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는 효과가 크지만, 동시에 단순 노동을 중심으로 한 직종은 빠른 속도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산업 구조와 고용 시장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대책, 차별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AI 확산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실질적 재교육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AI 대체 위험이 높은 직종 종사자들에게는 실업급여 확대를 통해 생계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단순 이론 교육이 아닌 현장 중심의 실무형 재교육 과정이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같은 교육은 디지털 전환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하며, 특히 40~50대 중장년층과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또한 전환기 노동자들을 위한 맞춤형 진로 상담, 심리적 안정 프로그램, 직업 훈련과 일자리 매칭을 결합한 통합 지원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기업, 교육기관이 협업해 지속 가능한 인력 전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 증가 직종에 대한 선제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편 고용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핵심 인재 육성과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AI 연구와 활용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특화 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해외 연구자와 엔지니어 유입을 촉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 확대, 대학과 기업 간 협력 프로젝트 강화, AI 연구 허브 설립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전략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 과제로 평가된다.

세종대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는 “AI는 직종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률적인 정책보다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며 “고용 감소 위험군에는 전환 교육과 안전망을, 고용 증가 가능군에는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이중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기적인 AI·노동시장 통계 구축을 통해 정책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기반 대응이 관건

이번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전이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속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하며, 앞으로의 정책 설계에서 직업별 AI 노출도와 고용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산업별 특성에 맞는 선제적 대응과 직업군별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때, AI 확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만 인식되기보다는, 직종별로 위협과 기회가 공존하는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